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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 “적발된 산하 외화벌이 기업 해체”
“김정은 당 정치국 회의서 밝힌 ‘평양의대 범죄행위’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강하게 비판했다는 ‘평양의대의 범죄행위’가 한국 측의 물자 지원과 관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파워사다리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17일 “평양의대 산하 외화벌이 기업이 상부 승인 없이 남측 단체로부터 물자 지원을 받으려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평양의대는 남측으로부터 의료 물자를 제공받기 위해 중국 업체를 통해 3자 간 계약을 체결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로 물자가 실제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한국 물자를 반입했다는 이유로 8월 대규모 숙청이 이뤄진 신의주 세관 사건 조사 과정에서 평양의대 문제까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된 외화벌이 기업이 해체되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실적 압박이 심한 북한 무역 일꾼들이 남측 물자인 줄 알면서도 중국 등에서 받은 것으로 위장해 북한으로 반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평양의대의 범죄행위”를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측 물자를 거부하는 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교류협력이 한동안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북한이 당분간 국경 봉쇄를 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
“다녀올게”.

그러나 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의 어머니·아버지, 누군가의 아들·딸, 누군가의 아내이자 남편인 그들은 그렇게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일터에 갔다가 모두가 기다리는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매해 하루 7명,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온 나라에서 퇴근하지 못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는 노동자·시민의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공무원을 비롯한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 요건인 시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현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입법은 감감 무소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제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내용은 모두 다르다.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사진전을 연 이유는 이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신문 뉴스로만 보던 산업재해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사진전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와 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생명안전포럼 소속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작업장의 전체 책임을 지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게 책임을 묻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며 “제도를 만들어야 작업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비로소 작업자의 안전이 유지된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전시 중인 <오늘도 다녀오지…못했습니다> 사진전의 주요 사진들을 소개한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서 스러져간 19세 김모군

2016년 5월28일 김모군(당시 19세)가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2인1조라는 근무 원칙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홀로였다.

120여개 넘는 역사의 외주화된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 정비업무는 하청업체의 적은 인원에게 떠맡겨졌다.

그러나 원청인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에게 내려진 처벌은 ‘벌금 1000만원’뿐이었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스크린 도어 산재사망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ST유니타스 과로로 스스로 생을 등진 웹디자이너

인터넷 강의 업체 ST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의 과도한 업무량, 높은 직무 스트레스,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 일방적 업무지시와 일터 괴롭힘 등이 원인이었다. 수차례 근로감독 요구는 거절당했고, ST유니타스는 사과 대신 오히려 고인의 우울증을 문제 삼았다. 지금도 SR유니타스의 노동환경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ST유니타스는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파워볼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과로로 잇따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택배 노동자들

올해만 15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택배 물동량이 지난 7월 기준, 지난해보다 4328만 개가 늘어나 업무량이 증대하고 노동시간도 길어졌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대형 택배회사는 물류 증가로 수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살인적인 노동강도, 공짜노동(분류작업)에 대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택배회사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을 이용, 과로사를 포함한 산업재해를 개인 책임으로 전가할 뿐이다.

사진  정희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정희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산재사망

지난 4월29일 한익스프레스가 발주한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설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40명이 목숨을 잃은 2008년 이천 냉동창고을 떠오르게 하는 참사였다. 지난 7월2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1명과 법인 ‘건우’는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FX시티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 산업재해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세정작업을 하다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에 의해 알려진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 1월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불산유출 사고에 삼성과 책임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인과관계가 명백한 사고에도 가벼운 처벌만 있는 상황에서 직업병 관련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황씨 유가족의 문제 제기 뒤 수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났지만 삼성은 오랜 세월 책임을 회피했다. 포기하지 않은 피해자, 이들과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이제 71명의 피해자들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올해 7월2일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기준으로 사망자는 199명, 질병피해자는 696명에 달하고 있다.

사진  정택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정택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산재사망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24세 비정규직노동자 김용균씨. 홀로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송설비 점검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김씨 사망 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발전소의 노동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등 원·하청 책임자 14명은 사고 발생 1년 8개월이 지난 10월에서야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  정택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정택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광주 조선우드 김재순 산재사망

지난 5월22일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던 김재순씨는 전남 광주에 있는 폐기물 처리 업체 조선우드에서 파쇄기에 낀 폐기물 제거작업을 하다 미끄러져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2인1조 작업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현장관리자도 없었다. 조선우드는 6년 전 파쇄기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던 사업장으로 노동환경개선 권고를 받았으나 따르지 않았다. 노동부는 추가 관리 감독이나 재발방지대책 마련 없이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도록 방치했다.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변백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이민호군의 안타까운 죽음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 다니던 이민호 군은 제주의 음료공장 제이크리에이션에서 현장실습 중 오작동을 일으킨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오작동된 기계의 오류를 제거하려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던 이군의 행동은 학습된 행동이었다. 기계 주변에는 안전장치도, 사고시 울려야 할 비상벨도 없었다. 위험한 작업임에도 위험시 상황을 관리해야 할 관리자도 없었다. 교육 과정으로 일을 배우러 갔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현장에서 ‘교육’이 아닌 ‘열악한 노동’을 강요당하는 현장실습생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터 괴롭힘으로 자살한 CJ제일제당의 진천 육가공 공장 현장실습생 김동준(2015년),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2017년) 사망 뒤에도 ‘열악한 노동현장’이 있었다.

사진 이희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이희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 중인 1079열차 1호차에서 방화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시각 반대편 선로로 들어온 1080열차에 불이 옮겨지면서 역 전체로 화재가 확산되며 참사가 발생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화재에 취약한 부실 자재로 제작된 전동차, 화재 예방에 적합하지 않은 지하철 역사, 불충분한 소방장비, 형식적인 방재관리계획서, 소홀한 안전교육 및 훈련 등 비용 절감을 우선한 공공교통시설의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발생시킨 사회적 참사였다. 모두 192명이 사망하고 146명이 부상을 당한 참사였다. 하지만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무죄를, 법인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가습기 위생관리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시민들이 폐손상 증후군으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질병을 얻거나 사망한 사건으로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 2월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HMG, 인산염,

PGH의 독성이 확인되었다.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는 살균제 개발 전 제품 유해성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유공(현 SK케미컬)이 환경부에 제출한 신고서에 살균제 원료인 PHMG가 “흡입하면 해로울 수 있다”고 했지만 정부는 추가 독성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독물로 지정하지 않았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1만4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사진 최형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최형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잊어선 안되는 참사…세월호 참사

2014년 4월16일은 한국 국민들이라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이 운영하는 인천항과 제주항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 침몰해 승선객 476명 중 304명이(단원고 250여명) 사망한 참사다. 6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침몰원인과 함께 왜 적극적인 구조가 없었는지, 당시 국정원은 사고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동의청원으로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사진 최형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최형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주)폴라리스 쉬핑은 개조한 노후선박인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을 발견하고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영업이익을 위해 운항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남대서양에서 참담한 선박 침몰로 이어졌고 탑승인원 24명 중 22명이 실종됐다.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뒤에는 사람을 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다르지 않은 재난참사였다.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판결을 내린 재판 또한 참사 재발을 조장하는 판결로 솜방망이 처벌의 하나로 기록됐다.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사진 한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매해 하루 7명,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온 나라에서 퇴근하지 못합니다.”

2020년 현재 산재사망 발생 지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2020년 현재 산재사망 발생 지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민주노총·국회 생명안전포럼 제공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벨기에, 전세계 코로나 사망 비율 최다
절반 이상이 요양원 노인 거주자 판정
병상 부족으로 중환자 57%만 병원 이송

벨기에 군 의료진이 4일 왈론의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왈론=AP 연합뉴스
벨기에 군 의료진이 4일 왈론의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왈론=AP 연합뉴스

벨기에 보건 당국이 감당이 어려울 만큼 폭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요양시설 노인 환자의 입원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어차피 고령층은 바이러스에 취약해 치료 효과가 적다는 이유인데, 인권 침해 비판이 거세다. 복지국가마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급급해 ‘노인돌봄’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보고서를 인용, “벨기에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요양원의 노인 수천명을 버려뒀다”고 보도했다. 벨기에는 현재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세계 1위이고, 지난달까지 코로나19 사망자의 61.3%가 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요양원 수용자의 높은 사망률 이면에 ‘치료 포기’가 있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공동 참여한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전 병원 이송 비율은 86%였지만, 현재는 중환자 57%만이 병원으로 옮겨진다. 사망자 다수(79%)가 요양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고령자를 방치한 배경에는 태부족인 병상 실태가 자리잡고 있다. 벨기에 최대 요양병원연맹인 페마벨 측은 “모두가 이탈리아ㆍ스페인의 병상 부족 사태를 보고 놀랐다”며 “중환자 병상 확보가 최우선시 되면서 요양원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피해는 고스란히 노인들에게 돌아갔다”고 고백했다. 엠네스티 역시 “병원은 병상 확보를 위해 환자를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면서도 “병원과 동일한 수준의 보호 조치가 요양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코로나19 사망 급증 외에도 시설 직원의 노동권, 건강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단체 설문에 따르면 요양원 직원과 거주자 절반이 개인보호장비(PPE) 사용법과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 요양원 직원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진단검사는 8월부터 한 달마다 실시됐으나 당국은 그마저도 지난달 중단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벨기에 요양원 사망자 중 95%가 코로나19 ‘의심 사례’라는 사실은 환자가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는데도 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방역을 명목으로 요양원 직원 수를 줄이고 방문을 제한한 점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는 폐쇄 조치 여파로 사회적 접촉이 아예 차단되면서 눈에 띄는 인지 저하 및 정신 질환을 보인 요양원 거주자도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요양시설은 고령자가 밀집된 구조 탓에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발병 고위험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적절한 보호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미 CNN방송은 “7, 8월 미 전역에서 매 분마다 한명 이상의 요양원 거주자가 감염되고 매 시간 11명의 거주자가 사망했다”며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담당 국장은 “바이러스에 취약하다고 해서 회복 가능성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보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채원 인턴기자ⓒ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무단복제 및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10월 초부터 ‘불불장'”..”규제 전에 집 사자”

<앵커>

집값을 잡기 위해서 정부는 그동안 규제 지역을 정한 뒤에 그 안에서는 대출 한도를 줄이고 또 세금도 더 내도록 해 왔습니다. 주로 수도권에 이런 규제 지역이 많은데 그래서 사람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려서 규제 안 받는 지역들을 찾아가면서 그쪽의 집값까지 함께 들썩이고 있습니다.

먼저 제희원 기자가 부산 지역 부동산 분위기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가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지난 7월, 16억 원에 팔렸던 131㎡형, 최근엔 20억 7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넉 달 만에 4억 7천만 원, 30% 정도 뛴 것입니다.

[황귀숙/부산 해운대구 공인중개사 : 급상승했죠. 수직으로. 3~4개월 전부터 엄청 바빴고요. 실거주 목적보다 투자, 투자나 투기죠.]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부산 집값은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이른바 ‘해수동’ 지역을 중심으로 말 그대로 불이 붙었습니다.

[황귀숙/부산 해운대구 공인중개사 : 10월 초부터 ‘불불장'(불붙는 과열 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올랐고요.)]

몇 달 전만 해도 해안가 신축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올랐습니다.

[부산 동래구 주민 : 관광버스로 와 가지고 해운대 라인이나 재개발구역들 찾아가서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주변 오래된 아파트로도 집값 상승세가 번지면서 부산 아파트값은 2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부산 동래구 주민 : 자고 일어나면 보통 기본 2억씩 올라가고, 어떤 곳은 4억씩 오릅니다.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규제지역이 아니어서 대출을 한껏 끼거나 전세를 낀 갭 투자로라도 집을 빨리 사려는 움직임이 늘었습니다.

규제지역 재지정이 임박했다는 소문은 조바심을 더 자극하고 있습니다.

[부산 동래구 주민 : 가격이 자꾸 올라갑니다. 그런 분(투기세력)이 오다 보니까. 규제되기 전에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든 사려고 하는데.]

정부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산 지역 집값을 정밀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내리면 풀고 오르면 다시 조이는 식의 규제로는 항상 뒷북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   

▶ [여기는 대구] “기회의 땅 수성구”…구멍 뚫린 ‘투기과열지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078709 ]

제희원 기자jessy@sbs.co.kr저작권자 SBS & SBS Digital News Lab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신간 낸 진중권 심층 인터뷰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에서 인터뷰중인 진중권.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에서 인터뷰중인 진중권.

현정권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진중권(57) 전 동양대 교수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라는 책을 냈다. “조국 사태로 진보는 파국을 맞았다”고 주장하며 진보 좌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최근 서민 단국대 교수 등과 함께 장안의 베스트셀러가 된 정권 비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일명 ‘조국 흑서’를 내기도 한 진중권은 이번 책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민주당 프로그램의 치명적 ‘버그(오류)’”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우상화에는 팬덤 문화 외에 NL(민족해방)의 개인숭배 문화가 있는데 북한식 정치문화가 남한의 부르주아 정치에까지 투영된 것”이라 분석했다. “지식인이 정치와 결탁하면 어용으로 변하며 ‘기생충’ 되는 것”이라는 독설도 잊지 않았다. 16일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항공점퍼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진중권을 서울 연남동 한 독립서점에서 만났다.

◊ “윤석열은 민주당 프로그램의 치명적 ‘버그’”

-당신더러 사람들이 ‘제1 야당’이라는데 투사로 사는 것, 힘들지 않나.

“욕 먹는 게 힘든 게 아니다. 옛날엔 소수여도 ‘지성적 동지’라는 그룹이 있었다. 이제 그들이 없다. 완벽한 고독감 때문에 육체적·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진보 좌파의 다른 부패·비리 사건도 많은데 유독 ‘조국 사태’에 실망한 까닭은.

“그 전엔 부패나 비리 사건이 나오면 사과나 반성을 한다든지 사과하는 척은 했는데 이번엔 그 기준 자체가 무너졌다. 조국은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보적이고 정의로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상징자본을 쌓았다. 그 친구를 굉장히 신뢰했었다. 한 때 같이 트위터의 쌍포 떴었는데… 사람이 별 반성 없이 살다 보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친구로서는 용서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의 행동이다. 그가 진실을 말해야 내가 도와줄 수 있다.”

-책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민주당 프로그램의 치명적 ‘버그’라 지칭했다. 윤석열은 어떤 사람일까.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고 검찰 조직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본다. 사회의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이고 이 쪽이든 저 쪽이든 공정하게 칼을 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검찰에 너무 많은 권력이 모인 건 사실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 같은 게 있는 사람은 아니다. 금태섭 의원은 검찰에 대한 사명감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윤 총장 임명을 반대했는데 조국 전 장관이 적폐청산 때문에 억지로 관철시켰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치려면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니 썼는데, 다음에 그 칼에 자신을 향하니 감당이 안 된 거다. 그들의 프로그램에선 버그(오류)였던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공격할수록 윤석열의 지지율이 올라간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건 의미 없다. 그렇게 몰고 나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은 검사고 끝까지 남아 정의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그가 검찰로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수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퇴임하느냐가 시민사회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유일한 관심사다. 그 사람이 후에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는 그 때 따지면 된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지만 지금 저 사람들의 목표는 검찰 독립성 자체를 없애 자신들이 통제하려는데 있다. 독립성 아니라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독립성 없이 어떻게 중립성이 있나.”

-이번 책에 작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썼다. 모든 사태가 못된 참모들이 착한 대통령의 눈을 가려 생긴 일이라 믿었다고 했는데.

“그랬다. 그런데 대통령은 재미있게도 철학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에 대한 비전과 남북통일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자기만의 비전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분은 비전이 없다. 자기가 대통령하려고 했던 분이 아니다. 친노세력이 폐족 상태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때 필요한 카드로 사용했고 지금도 거기 얹혀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역할이 없다. 윤리적 이슈를 놓고 사회가 분열됐을 때 통합하고 기준을 세워주는 기능을 대통령이 해야 하는데 조국 때는 오히려 기준을 무너뜨렸고, 윤미향 때도, 이번 추미애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요 때도 정리를 해주지 않는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갈라치기 한다. 대통령이 없는 거다.”

-왜 그럴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수평적 네트워크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NL의 개인숭배 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령님 문화’ 비슷한 것이다. 문 대통령 숭배는 전대협 ‘의장님’이 행사장에 가마 타고 입장하던 봉건적 문화의 습속이 낳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다. 이걸 대통령 본인이 알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감 자체가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민주당,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학습 없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도 많이 실망한 것 같다. 최근엔 그가 밀의 ‘자유론’을 거론하며 광복절 집회 금지를 위한 차벽을 옹호한 걸 공격하기도 했다.

“그 전부터 많이 싸웠다. 그 후론 친해지기도 했다. 그 분이 원래 자신을 ‘소셜 리버럴’이라 했는데 소셜하지 않다는 건 진작에 알았다. 이번에 딱 보니 리버럴하지도 않더라. 상당히 저 쪽으로 가 버린 것 같다.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하는 ‘위해 원칙(harm principle)’은 남에게 해만 끼치지 않으면 사람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나. 그러면 헌법 위반이 되는 건데. 밀의 자유론을 제약론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 교주가 성경서 한 구절만 딱 따다가 제멋대로 해석해 써먹는 양상이다. 재미있는 건, 지금까지 민주당이 해온 일련의 입법들이 다 반자유주의적이란 거다. 친일파 파묘법, 역사왜곡금지법,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 박형순 금지법부터 최근의 한동훈 금지법까지 하나같이 반자유적이다. 민주당의 당 정체성이 반자유적으로 바뀌었다. 그걸 계속 지적했더니 변명하려고 ‘자유론’을 들고 나온 것 같다.”

-민주당에 어떤 말을 하고 싶나.

“너희들이 표방하고 있는 정치이념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경고를 하고 싶다. 그건 너희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이 없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주아’라며 우습게 알았다. 민중주의와 민족주의 같은 전체주의나 집단주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었다. 그걸 반성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라진 다음에 민주당의 리버럴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져버렸다. 자유주의적 가치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기본적으로 합의한 규칙이다. 일단 그걸 지킨 다음 진보와 보수가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 기반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게 위기라 본다. 지금 웃기지 않나. 내가 좌파인데, 자유주의적 가치의 한계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게 뭐야, 도대체. 지금 내 심정이 옛날 레닌이 이야기했던 그거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일반 민주주의 투쟁의 전위가 되어야 한다’. 하하하!”

-책 서문에 당신의 역할을 ‘논객’으로 규정하며 “나는 내가 맞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증오하지 않고, 내가 위해서 싸우는 그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앟는다”는 예이츠의 시구를 인용했다. 궁극적으로 뭘 위해 싸우는 건가.

“먹물의 의무. 먹물은 기본적으로 객관성과 보편성을 지켜야 한다. 노동자들이 해주는 옷을 입고 농민들이 해 주는 밥을 먹고 있는데 밥값 해야 한다. 다들 자기 영역에서 자기 일들만 하면 사회가 잘 굴러가게 돼 있다. 지식인이 갑자기 정치와 결탁하면서 기득권 공유하며 어용으로 변해간다든지 하면 ‘기생충’이 되는 거다. 나도 인생이 서너 개 되면 조국처럼도 한 번 살아보고 싶고, 그놈의 사모펀드도 한 번 해 보고 싶고, 여자 나오는 술집 가서 카드도 한 번 긁어보고 싶다. 그렇지만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데 자기를 배려해야지.”

-좌파 지식인의 대표주자인 진중권이 태극기 세력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 사람들이 내게 환호하는 건 저 쪽을 때리기 때문이다. 좋아해주는 것까지 말릴 수 없다. 다만 진정으로 보수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이니까. 자기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 맨날 정치싸움하는 게 야당 역할인가. 지금 ‘국민의 힘’은 자기개혁을 해야 한다. 기존 보수 전략의 문제가 무엇이며 새로운 주체 새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경 말씀대로 입을 막으면 돌들이 일어나 외치게 되어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진중권이 나오고 내가 잠잠하니 조은산이 나오지 않나. 저 쪽을 까는 건 시원하지만 사람이 사이다만 마시고 살 수는 없다. 냉정하게 보수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고, 유튜브 보며 속 푸는 게 아니라 젊은 보수 중 탁월한 아이들 발굴해 장학금 주며 키워야 한다. 사회라는 것이 한 쪽이 잘 나간다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보수가 망가지면 진보도 망가지고 보수가 정신 차리고 잘 하면 저 쪽도 잘하려고 경쟁하게 된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도 진리를 독점할 수는 없다.”

◊ 아직도 主流라 착각하는 대한민국 보수

-보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지피지기가 안 된다는 거다. 아직도 자기들이 메이저라 생각한다. 그 시대는 지났다. 옛날에 보수는 ‘집에다 돈 벌어주는 아버지’였는데 지금은 ‘돈 쓰는 할아버지’가 된 거다. 아마도 대한민국 보수 중 최상층은 1% 정도일 거다. 나머지는 저소득·저학력·고령층이고, 더 이상 주류가 아닌데 아직도 다수자 전략을 쓴다. ‘빨갱이’라 낙인 찍으면 저들이 고립될 거라 생각하는데 이젠 오히려 자신들이 고립된다. 저들이 ‘토착왜구’라며 그 전략을 쓴다. 무조건 세금은 줄여야 하고 규제는 풀어야 하고, 법질서는 세워야 한다는 옛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만능주의와 권위주의, 극우반공주의 세 개를 결합해 고집하며 보수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데 이제 먹히지 않는다. 실제로 보수의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그린벨트, 고교 평준화를 도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스스로 해체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를 했다. 국가에 필요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하는 유연함과 역동성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고 정책의 ‘이름’만 남았다. 이걸 하면 보수고 안 하면 빨갱이라 하다 보니 정체성의 덫에 걸려 버렸다. 보수의 새로운 상을 그려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버스 중앙차선 만들었지 않나. 이는 좌파적 정책이다. 이런 식의 정책적 상상력을 내야 하는데 무슨 정책만 내면 이념 딱지를 붙이니 할 수 있는 게 없다. 집권층은 거꾸로다. 자신들이 거악 앞에서 늘 정의로울 수밖에 없었던, 사소한 악 정도는 용서가 됐던 야당 시절 생각을 계속 한다. 집권해 주도권을 잡았는데도 주위가 기득권층으로 포위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렇다. 보수든 진보든 상관 없이 진영을 떠나 자기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개인으로서의 시민들을 키워야 하는데 멀쩡했던 시민마저도 정당의 신민을 만들어 버리니까. 사실 나는 보수에 대한 애정은 없다. 그 쪽에 속해본 적도 없고 그 정서도 내게 없다. 진보적 가치가 무너져버린데 대한 절망감을 굉장히 느낀다. 보수 쪽에선 ‘진중권 쟤는 우리 편 아니야’ 하더라.맞아, 니네 편 아니다.그러니까 너무 좋아하지 마라. 너무 좋아해 주면 나중에 당신들 뒤통수 때릴 때 미안하니까. 하하하!”

-책에서 ‘코로나 독재’를 우려하고 K방역의 인권침해 소지를 비판했다.

“코로나 사태라는 건 각국 지도자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상황이다.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거기 때문에 지도자 정치로 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볼 땐 전생에 나라를 세 번 정도 구한 거 같다. 촛불 때문에 사실은 거저 대통령 되고 두번째 지지율 떨어질 때 되니 갑자기 김정은이 만나자 하질 않나, 그리고 또 다시 떨어질 때쯤 되니 코로나가 들어와 버리고…. 코로나에 사실 잘 대처한 것도 실은 전 정권에서 당해서 그렇다. 메르스, 사스 하면서 쌓였기 때문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건데 어쨌든 그 공은 그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거다.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건 우리가 뭘 한다 해서 바꿀 수 있는 변수는 아닌 것 같다. 상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코로나 같은 문제는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 자꾸 언급해서 정치적 쟁점 만들면 아무래도 방역을 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다. 우리나라 방역이라는 게 성공적인 거고 그건 인정해야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꾸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니까… 아예 모든 사람들이 강력하게 모두가 협력함으로써 이 사안이 정치 쟁점이 아니게 만들어야 한다. 이슈를 중립화해야 한다. 무조건 때리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때리고도 욕 먹을 수 있다. 정부를 무조건 때린다고 지지율 오르는 게 아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협력하는 게 지지율 오를 수도 있고 때리면 때릴수록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미학 오디세이'(1994) 등 베스트셀러 미학 책을 내며 유명해졌고,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을 비판한 정치평론집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1998)를 출간하며 정치평론가로서 본격 주목받았다. 안티조선 운동도 했다. 이번에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출판사에서 하라면 해야지. 출판사가 시켜서 나왔다고 꼭 써 달라.(웃음)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자유주의 원칙에 따른 비판은 좋은데, 많은 부분의 기사가 정치적 비판이라 부담스럽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안 보는 이유가 정치성이 부담스러워서다. 기자는 팩트만 주면 된다. 팩트가 가장 위대한 비판이라 생각한다. 기자가 하는 최대의 비판은 팩트이고 그 다음 나 같은 논객들이 비평하고 판단하는 거다. 약간은 쿨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보수적인 점잖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지는 날카롭고 보수지는 둔탁하고 묵직하게 가는 맛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날카롭다는 느낌이 있으니 선뜻 인터뷰하는 것이 꺼려지는 거다.”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어릴 때부터 혼자 노는 것 좋아해… 자정부터 새벽 네 시까지 글 써”

진중권은 서울 강북의 17평 빌라에서 7년 전 입양한 고양이 ‘루비’와 둘이 산다. 아내와 아들은 독일에 있다. 야행성이라 자정부터 새벅 네 시까지 글 쓰고, 야식으로 라면에 밥 말아먹고 네시에서 여섯 시 사이 잠든다. 열 시에서 정오 사이에 기상해 1500원짜리 김밥 한 줄과 다이어트 콜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먹는다. 드물게 사람을 만나지만 보통 종일 집에 있는다. 최근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스페인에 가서 한두 달 살며, 20년 전부터 호기심을 가져온 18세기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솔로 고야’(오로지 고야만을)라는 책 제목도 이미 정해놨다.

-진중권은 한국 특유의 패거리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있다.

“어릴 때부터 다락방서 혼자 노는 걸 좋아했다, 또래 친구들이 짖궂고 무지막지하다 느꼈다. 전화해 먼저 연락하는 사람들이 손가락 안에 든다. 가족들도 거의 안 만난다. 누나들(음악평론가 진회숙, 작곡가 진은숙)이 독일서 왔다는 건 신문 보고 안다. 고등학교(양정고) 친구들을 작년 봄 사십 몇 년만에 우연히 만났다. 요즘은 그 팀에 합류했다. 역시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다. 대학 친구와는 ‘이 새끼, 저 새끼’가 안 된다. 처음엔 서먹했는데 두 번 세 번 만나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에 탈당계를 내고 동양대에도 사표를 냈다. 가장이 할 법한 선택은 아니다.

“성경 말씀에 (하나님이) 들판의 백합과 하늘의 새도 돌보시는데 너 하나 돌보지 못하겠느냐는 구절이 있다. 나는 어떻게 보면 무신론적 유신론자인데, 꼭 기독교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옳은 일을 옳은대로 하면 그 다음엔 모든 게 다 풀릴 거라는 믿음이 신앙이라 생각한다. 굳이 하얀 수염 단 존재가 있어서 나쁜 놈 지옥 보내고 착한 사람 천당 보내고 하는 판타지를 믿는 게 아니라, 신앙이라는 게 하나님을 존재하게 만드는 거니까. 그런 관점들과 함께 돈 쓰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 갖다 놓아도 번역하건 원고 쓰건 이 정도로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나보다 더 영웅적인 것은, 그런 대책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 조직에서 갖은 더러움을 다 참고 견디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586은 자기들이 죽인 아버지보다 더 ‘나쁜 아버지’가 되었다고 책에 썼다. 당신도 586(서울대 미학과 82학번)인데 운동은 좀 했나.

“지도부가 되거나 감옥을 간 건 아니었지만 지하서클에도 있었고 데모는 열심히 했다. 명함을 내밀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멸망했을 때 우리가 갖고 있던 이론이 실증적으로 반박됐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마르크스를 종교적으로, 예수 대하듯 했다는 걸 깨달았다. 독일 유학 가서 좌파 리버럴이 됐다. 자유민주주의적인 기본 질서를 인정하고 유럽식 사회주의를 배웠다. 그럼에도 아직은 혁명적 열정이라는 게 남아있다. 인터내셔널가를 들으면 피가 끓고 가끔씩 혁명가도 부른다. 대의를 위해 내 인생을 바쳐야겠다는 순수한 혁명적 열정이 있었는데, 그런 나도 벌써 부르주아 속물이 다 되어 버렸지만… ‘진짜 586’들은 다 죽었다. 운동하다 죽고 고문하다 맞아서 죽었다. 지금 정치권 586이라 하는 사람들은 물론 운동을 했고 기여도 있겠지만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이다. 조국 사태 나고 옛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찾아 페이스북에 들어가봤다. 자기 생활하면서 인권운동 한다든지 가난한 사람들 도운다든지 곳곳에서 자그마한 실천들을 하며 말짱한 정신으로 살고 있더라. 나는 이 사람들이 진정한 586이라 생각한다. 저들이 아니라 이들과 연대하고 싶다.”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상훈 기자 16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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